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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읽기] 시진핑 편지에 담긴 중국의 고민

중국은 가을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여름에 졸업하는 대학생들은 이미 취업 전쟁에 돌입한 상태다. 한데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 또한 대졸자들에게 문혁 당시 유행한 산으로 올라가고 시골로 내려가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을 권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언론은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편지 한 통을 공개했다. 중국농업대학에 다니는 학생 대표가 먼저 편지를 보내고 이에 시진핑이 답장을 하는 형식이다.   시진핑은 편지에서 “여러분이 논밭과 농가에 깊게 들어가 일을 하면서 민생을 이해하고 학문을 연마한다니 내 마음이 매우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여러분이 편지에서 말하길 중국의 향토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비로소 무엇이 실사구시(實事求是)이고 어떻게 군중과 하나가 될 수 있으며 또 청년은 모름지기 사서 고생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참으로 옳다. 신시대 중국 청년은 마땅히 이런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자 일각에선 1968년 시작돼 10년간 1700만 지식청년을 농촌으로 보낸 상산하향 운동의 버전 2.0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마오쩌둥은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내려가 빈농에게 배우라”고 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문혁의 광풍으로 경제가 망가져 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게 된 데 있었다. 지난해에도 1076만 명의 대학 졸업생을 제때 취직시킬 수 없게 되자 역시 상산하향 운동 바람이 불었다.   중국 교육부가 대졸자의 농촌 취업을 권장하는 통지문을 발표하고 중국 언론은 낙후한 서쪽 농촌으로 가자는 ‘고 웨스트(Go West)’ 프로그램을 조명하기도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번 여름엔 지난해보다도 82만 명이 많은 1158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진다. 그러나 지난 3월 중국의 16~24세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인 19.6%에 이르는 등 일거리 찾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 후유증도 있지만, 중국의 사업 환경이 나빠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엔 최근 외국기업을 타깃으로 한 스파이 색출 광풍이 불고 있다. 국가안보를 앞세워 외국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간첩혐의 조사를 벌이는 일이 왕왕 벌어진다. 외자기업이 중국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 결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회 불안의 뇌관이 되고 있다.   시진핑이 중국의 5·4 청년절 즈음해 대학생의 안부를 묻는 형식으로 보낸 편지 한 통에 중국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유상철 / 한국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중국읽기 시진핑 중국 상산하향 운동 농촌 취업 청년 실업률

2023-05-15

[중국읽기] 시진핑 시대의 상산하향 운동

“지식청년은 농촌으로 내려가 재교육을 받아라”. 1968년 마오쩌둥의 지시에 따라 10년간 1700만 청년이 농촌으로 향했다. 이른바 상산하향(上山下鄕) 운동이다. 겉으론 사상을 단련하고 농촌 발전을 이끌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문혁의 광풍으로 경제가 망가져 대졸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사회 폭동을 우려한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에서 다시 비슷한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언론이 모두 나서 대졸자의 농촌 취업을 적극 권장하는 ‘기층(基層, grass-roots) 취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올여름 역대 최초로 1000만이 넘는 1076만 명의 대졸자가 쏟아진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어려워 이들에게 제대로 된 일자리를 제공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지난 5월 16~24세 청년층 도시 실업률은 18.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왜 힘들어졌나. 지난 20일 중국유럽상회가 발표한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 크다. 보고서는 코로나 사태, 중국 경제 성장세 둔화, 사업환경의 정치화를 문제로 꼽았다. 주목할 건 사업 환경의 정치화다. 지난 몇년간 중국은 빅테크 기업 혼내기, 부동산업계 단속, 사교육 시장 폐지 등 경제를 해치는 납득하기 어려운 많은 일을 벌였다.   여기에 서방과의 체제 우위 전쟁 성격을 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걸핏하면 봉쇄를 단행하다 보니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경제가 악화하면 리커창 총리를 등판시키는데, 리 총리는 지난달 말 무려 10만여 간부가 참석한 ‘전국 경제안정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중국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인데, 리 총리는 여기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지방정부에 알아서 난국을 헤쳐나가라는 주문을 했다. 바로 이 같은 상황에서 대졸자 취업 대책으로 마오쩌둥 시대의 상산하향 운동이 소환된 것이다. 왜? 피 끓는 청춘들을 그냥 둬선 안 되기 때문이다.   과거 대륙의 패권을 놓고 국민당과 공산당이 다툴 때 중국의 많은 청년이 공산당을 찾았다. 마르크스-레닌주의라는 새로운 이념에 끌린 측면도 있었지만, 국민당 정부가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하자 대거 공산당에 가입한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게 되면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이게 학생운동, 나아가 사회운동으로 발전하면 공산당의 집권 정통성이 흔들리게 된다. 일찌감치 사회불안의 뇌관인 학생들을 시골로 보내 사회폭발의 압력을 줄이자는 게 현대판 상산하향 운동을 벌이는 배경인 것이다. 유상철 / 중국연구소장중국읽기 시진핑 상산하향 상산하향 운동 대졸자 취업 전국 경제안정

202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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